물흐르듯이 순리대로
영원하지 않기, 그래서 더욱 아름답기.(2009년 3월 11일) 본문
산에 들에 강에 봄이 착륙했다.
섬진강변은 잰걸음으로 달려온 봄에 점령 당했다.
구례에서 광양, 하동에 닿는 19번, 861번 강따라 난 도로에 눈(眼)이 닿는 곳마다 봄이 달려 들어온다,
겨울을 이겨낸 보리가 들판을 뒤덮었다. 훈훈한 바람이 들판에 출렁인다.
백사장에는 갈매기떼. 햇살과 함께 섬진강 물안개가 걷히면 산수유가, 매화가, 봄 이 보석처름 빛나고 있다.
매화다. 아니, 온통 봄이다.
깊은 골짜기 온 천지에서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다.
건너편 언덕, 길 따라 오른 그 뒤쪽 등성이까지 매화가 피어 보는 이 가슴을 태운다.
넓디넓은 5만평 산자락이 희고 붉고 파리한 꽃잎을 터뜨리며 햇살을 맞고 있다.
숲에는 푸른 보리가 깔려 있다.
그 나무들 아래엔 보리들이 새파랗게 싹을 틔웠으니,
그 꽃밭에 서면, 푸른 하늘, 흰 꽃, 그리고 진녹빛 땅으로 세상이 세 등분 된다.
그러다 매화는 순식간에 비처럼 보리 위로 떨어져내린다.
영원하지 않기, 그래서 더욱 아름답기. 그 꽃비를 맞을 때면, 산에는 앵두가 발갛게 피어날 터.
그러다 4월이 오면 100리길 양옆에 심은 벚꽃들이 또한번 고함을 지를게다.
이제 정말 봄이 왔다, 라고.
오솔길을 따라 걷다보면 장소마다 꽃들 생김이 조금씩 다르다.
눈부시게 흰 청매, 그리고 붉디붉은 홍매. 어떤 나무는 젊고 어떤 나무는 근 100년은 살았을 성싶다.
도대체 산이 온통 희디흰 것으로 폭설이 쏟아진 듯한 그 풍경 속에 셀 수 없이 많은 매화를 발견한다.
사람 손 닿지 않은 강 건너 산중턱에도 매화가 떼를 지어 피어 있으니, 하물며 길가 여염집 담벼락과 앞마당에랴.
야산에는 흰눈처럼 매화가 피어 있다.
강에는 역사가 있고, 봄이 있고, 민초들의 사랑과 분노와 울분이 있으니, 눈(雪)을 머리에 이고 매화가 실어온 봄,
이어 산수유를 터뜨리고 배 꽃을 터뜨리며 마침내 황홀한 벚꽃이 바다를 이루며 강물을 거슬러 북상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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