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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흐르듯이 순리대로

청매실농원의 매화(2008년 3월 12일) 본문

국내 山行日記/그곳에 가고싶다

청매실농원의 매화(2008년 3월 12일)

물흐르듯이순리대로 2008. 3. 12. 17:50

오후 늦게 매화밭에 앉았다, 청매실농원이 자리한 이곳 지명은 섬진마을인데

매화가 하도 많아 매화마을로 굳어졌다고 한다. 백운산 자락에 자리잡은 매화마을은

흰 매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홍매, 청매 , 동백까지 흰 도화지에 드믄 드믄 물감을 뿌려 놓은 것

같이 절묘하다. 이곳은 강변에 자리잡아 습도가 높고 일조량이 높아 따뜻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에서 매실이 자라기에 가장 좋은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섬진강을 따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매화마을,

팝콘처럼 후두득 후두득 매화꽃이 불거진다. 너무 진하지도 너무 옅지도 않은 매화향,

불어오는 바람에 은은하게 백운산 허리를 감아 돌면 섬진강 제첩 아낙네도 

 그 향에 취해 바람이 난다는 곳이다.

 

 이곳의 매화가 으뜸인 이유는 가장 먼저 봄을 알리기에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규모와 배경 때문에도 유명하다. 무려 10만 평에 이르는 백운산 허리에 매화꽃이 만발하면

정신이 아득해 진다또 매화나무 사이로 가을보리를 심어 이른 봄이 되면 매화나무

사이 사이에서 보리 싹이 파릇 파릇 돋아 나기 시작 한다.

 

 그래서 새하얀 매화는 녹색을 배경으로 한층 더 돋보인다.

 매화마을의 원조격인 청매실 농장에는 매실주를 담는 장독만 2천여 개라고 하니 입이 쩍벌어 진다,

오늘은 가슴 시리도록 아프고 애절했던 기생 두향이와 퇴계 선생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하려한다, 역사상 매화를 가장 사랑한 사람은 퇴계이황 선생이었다.

평생 매화를 노래한 시만도 100편이 넘는다. 선생이 매화를 그리도 끔찍이 좋아한 것은

꿋꿋한 선비의 기개 때문이기도 했지만 두향이라는 한 여자 때문이기도 했다.


선생이 단양 군수로 부임한 것은 48세 때였다. 그

리고 두향은 시와 서예와 가야금에 능했던 18세의 관기였다.

 두향은 첫 눈에 선생에게 반했지만 안동포 처럼 뻣뻣했던 선생은

두향의 애간장만 녹일 뿐,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부인과 아들을 잇따라 잃자 선생도 텅 빈 가슴을

한 떨기 설중매 같았던 두향으로 채우지 않을 수 없었다. 두향은 시와 서예,

가야금에 능했고 특히 매화를 좋아했다. 퇴계와 두향의 사랑은 깊어갔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불과 9개월 만에 끝났다.

선생이 풍기로 전임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별을 앞두고 선생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일이면 떠난다. 기약이 없으니 두려울 뿐이다, 그러자 두향은 먹을 갈아 붓을 들었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들고 슬피울어  

어느듯 술 다하고 님마저 가는구나  

꽃피고 새우는 봄날을 어이할까 하노라‘  

 

이날 밤의 이별은 결국 너무나 긴 이별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1570년 퇴계가 6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21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퇴계가 단양을 떠날 때 그의 짐 속에는 두향이 준 수석 2개와 매화 화분

하나가 있었다. 이때부터 퇴계는 평생을 이 매화를 가까이 두고 사랑을 쏟았다.


퇴계는 비록 두향을 가까이 하지는 않았지만 매화를 두향 보듯 애지중지했다.

퇴계가 나이가 들어 모습이 초췌해지자 매화에게 그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면서

매화 화분을 다른 방으로 옮기라고 했을 만큼 퇴계의 매화 사랑은 숭고하였다

 

퇴계를 떠나보낸 뒤 두향은 간곡한 청으로 관기에서 빠져나와

퇴계와 자주 갔었던  남한강가에 움막을 치고 평생 그를 그리며 살았다,

 퇴계는 그 뒤 부제학, 공조판서, 예조판서 등을 역임했고,

말년에는 안동에 은거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날 때 퇴계의 마지막 한 마디는 이러했다

“매화에 물을 주어라." 퇴계의 그 말속에는 그의 가슴에 항상 두향이가 가득했다는 증거였다

평생 그 매화를 가까이 하던 선생은 임종에 이르러 시한 수를 남겼다.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만,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두향을 단양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 말년에 안동 도산서원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그녀를 잊지 못하고 지날때, 어느 날 두향이 인편으로 보낸 난초를 받고 단양에서 함께 기르던

것임을 알아보고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다. 퇴계는 새벽에 일어나 자신이 평소에

마시던 우물 물을 손수 길어 두향에게 보냈다, 

 

이 우물물을 받은 두향은 차마 물을 마시지 못하고, 새벽마다 일어나서

퇴계의 건강을 비는 정화수로 소중히 다룬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정화수가 핏빛으로 변함을 보고

퇴계가 작고했음을 간파한 두향은 소복차림으로 단양에서 머나먼 도산서원을 찾아간다.  

나흘만에 당도하였으나 신분을 밝힐 수 없는 처지인지라 먼발치에서 세 번 절하고  

단양으로 되돌아와 남한강에 몸을 던져 퇴계를 따른다. 

 두향의 사랑은 한 사람을 향한 지극히 절박하고 준엄한 사랑이었다.

이들의 애절한 사랑을 확인한 선생의 후손들은 그 매화를 도산서원에 옮겨 심었다.

그 매화는 지금도 대를 이으면서 도산서원을 찾는 이들에게 은은한 사랑의 향기를 전해주고 있다.

매화는 이른 봄에 피어나 평생을 춥게 살지만 그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매화가 선비의 꽃이 된 것이다.

오늘도 섬진강에는 물과 소리가 함께 흐른다.

 봄이 오는 소리.

 꽃이 터지는 소리

 껍질 벗기고 새순 나오는 소리

 강물 사이사이로 생명들 뒤척이는 소리,

 그 소리가 좋다.

  아름다운 시구 찾아 소식과 겨뤄도 보고

  조각 경전 뒤적이며 정현을 반박도 하며

  한그루 매화가 그렇게도 청고 하기에
  향 피우며 단정하게 흰구름가에 앉았다네..

  - 정약용 -

  설중매

  천송이 흰눈 내리는 가운데 몇가지 매화꽃이
  형이다 아우다 가리기 어렵게 한가지로 피었네

  눈과 매화의 맑고 참됨이 들 늙은이에게 걸맞아

  셋을 이루는 경치가 어찌 꼭 적선의 술잔 만이랴, 

  - 오 건 -

학사루 앞에 홀로선 신선

  서로 만나 웃으니 옜과 다름 없고나,

  가마가 지나치려 하매 더위잡고 돌아오니

  올해의 봄 바람은 지나치게도 휘몰아친다 

  - 김종직 -

관청 뜰에 내려가 늙은 매화 둘러보니

  은근한 향기 나는곳 추위에 핀 매화 꽃이네

  아전은 성근 가지 그림자 멋을 알지 못하고

  달빛에 빗긴 그림자 가지 보고 괴이타 하네 

  - 이안눌

 하루종일 봄을 찾았으나 보지 못하고

  집신으로 동쪽산 구름속을 답파 하였네

  돌아와 향내를 맡고 웃으며 수염을 꼬니

  봄이 가지 위에 이미 온통 와 있더라  

  - 매화니 -

뒤뜰 대나무 숲에 버려진 독에도 파릇파릇 봄이오는 소리가 들린다,

백운산 중턱을 온통 휘감아 돌며 있는 수많은 매화숲속을 정신없이 헤메다 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

발 아래에 그림 처름 다가오는 섬진강의 푸른 물길과 은빛 모래가 눈에 들어 온다

전국에서  봄을 찾아온 사람들을 실어 나른 많은 차들이 매화축제장을 빼곡히 메우고 서있고

 우리나라에서 매년 제일 먼저 열리는 지방 축제행사인 광양 매화축제 행사장이 주차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청매실 농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섬진강의 푸른 물결과 지리산 은 말이 필요없는 정경 인것같다,